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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마르셀입니다.




곧 입사하게 될 회사에서 연락을 받았는데, 비자 발급에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습니다.


덕분에 뭐라도 끄적일 시간이 늘었네요.


8월 하순 오사카로 이사가기 전까지 할 수 있는 만큼 작성해 보겠습니다.


(+평소에 어디 가서 사진을 잘 찍지 않는 편인데다가 여행 당시에는 블로그로 기록을 남길 생각이 전혀 없었기에 사진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이 점 양해 바랍니다. )




1. 여행의 시작



2017년의 시작과 함께 다니던 대학에서 연구실 조교 자리를 얻어 본격적인 노예(...) 생활을 준비하던 중, 


본가에 계신 부모님께 뜬금없이, 


대만에 가자!


라는 연락을 받게 됩니다. 아마도 동생이 대만에 다녀온 뒤 부모님께 바람을 좀 넣었나 봅니다.


사실 가족 네 명이 오롯이 모여 외국에 다녀온 건 굉장히 오래 전 일입니다. 10년은 됐을 겁니다.


일가 친척 다 모여서 대규모 원정을 가거나, 꼭 누구 한 명씩 빠져서...

아직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저 군대 가 있을 때 팔라우인가 저~기 따뜻한 태평양 섬나라로 놀러 가신 거...


연락을 받고 처음에는 연구실 눈치도 보이고 별로 갈 생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든 생각은 'Now or never' 였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가 될 지.


그렇게 저는 조교 생활 열흘 만에 교수님들의 눈치를 다 받아 내며(...) 양해를 구하고 공항으로 향합니다.





2. 공항 가는 길



당시 회기에서 자취하고 있던 저는, 출발 전날까지 연구실에 묶여 있다 당일 공항으로 바로 가기로 했습니다. 


비행기 시간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오후라 여유가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작은 기내용 캐리어 하나에 배낭만 하나 맨 채,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공항버스에 올라탑니다. 


이후 청량리발 인천공항행 6002번 공항버스는 앞으로도 제가 엄청 신세를 지게 됩니다 :)


대충 요 언저리에서 탑니다. 


공항에서 가족들과 만나서 체크인을 합니다. 무려 대한항공입니다. 


동생이 비행기표 예매를 담당했는데, 과감하게 지른 모양입니다.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난입한 브이는 아버지 손입니다.


깜빡이도 없이 훅 들어오셔서 깜짝 놀랐네요.ㅋㅋㅋㅋ


3. 비상구 좌석, 이런 신세계가...



비행기에 올라탑니다. 


동생이 무슨 짓을 한 건 지 체크인 할 때 직원 분이 비상구 좌석을 주십니다.


앞이 뻥 뚫리고 다리 쭉 펼 수 있는 그 비상구 좌석 말입니다.


다른 저가항공사 협동체 항공기 비상구 좌석은 몇 번 타 봤지만 이거는 그 스케일이 다릅니다.


진짜 뻥 뚫렸습니다. 이런 자리는 평생 처음 타 보네요.


다들 아시겠지만 비상구 좌석 승객은 비상시 승무원을 도와 승객의 탈출에 협조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과 사지가 멀쩡하고 젊고 건강해 보이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앉힌다고 합니다.


즉 적어도 저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멀쩡하고 건강한 사람이라는 겁니다(...) )


그리고 승무원과 함께 마지막에 탈출하는 걸로 되어 있죠. 이 점은 항공기 이륙 전 승무원이 와서 설명해 주십니다.


그리고 또 하나, 앞에 좌석이 없기 때문에 코트나 가방, 면세점 비닐백 등 짐은 죄다 머리 위 짐칸에 넣어버려야 합니다. 다리 주변에 그 어떤 짐도 놓을 수 없어요. 진짜 몸만 딱 앉아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발밑에 뭐 잔뜩 두면 승무원 언니한테 한소리 듣습니다. (옆의 다리는 동생 겁니다.)


기체가 난기류 등의 이유로 요동칠 경우 짐이 자유롭게 날아다녀 안전에 큰 위협이 되기도 하고, 비상시 탈출에 걸리적거리기 때문이죠.


넓은 공간이라는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그만큼의 책임도 져야 하는 그런 자리입니다. 


그렇게 약 세 시간 반 가량을 날아 타이완 타오위안 국제공항에 도착합니다. 


4. 안녕, 타이베이!



분명 인천에서 출발할 때는 1월의 차고 건조한 공기 속에서 떠나왔는데, 


착륙한 뒤 항공기 밖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20도 남짓의 따뜻하고 습윤한 공기가 비강을 훅 치고 들어옵니다.


입고 온 코트는 고이 말아 면세점 비닐백 안에 쑤셔넣습니다. 패딩 안 입고 온 게 신의 한 수였습니다.


공항 도착 후 입국심사를 거쳐 입국장으로 나와 유심칩을 사서 끼웁니다. 4일 있을 거지만 4일짜리는 없어서 5일짜리로 했습니다. 


그리고 한 층 더 내려가서 타이베이 시내로 향하는 공항버스 표를 삽니다. 경험자 동생이 있어서 알아서 다 해 줍니다. 



알아두면 어딘가에서 쓰일지도 모르는 이야깃거리(알어쓰) 1. 

  분명히 저는 2017년 1월 11일에 인천을 출발했지만 106년 1월 11일에 타이베이에 도착했습니다. 대만은 쑨원(손문)이 중화민국을 세운 1912년을 원년으로 하는 중화민국 연호(줄여서 민국)를 사용합니다. 서기 2017년은 민국 106년입니다. 

  그리고 대만은 서기보다도 이 민국 연호가 보편화되어 있어 날짜를 104.10.24 이런 식으로 많이 표기합니다. 우리처럼 서력만 보고 살아온 사람들은 이 숫자 배열을 보고 이게 날짜인지 인터넷 ip 주소인지 도저히 알 길이 없습니다. 대만에 가시면 이 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지금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날짜는 107년 8월 12일입니다.

여기서 한술 더 뜨는 알아봤자 전혀 쓸데없는 잡지식

  이 민국 연호는 북한의 주체 연호와 똑같이 갑니다. 쑨원이 중화민국을 세운 해와 김일성이 태어난 해가 똑같이 1912년이기 때문이죠. 즉 민국 107년은 주체 107년이기도 합니다. 그나마 다른 점이 있다면 북한은 서기를 괄호 열고 따로 쓴다는 거? ex) 주체 107(2018)년.



잡설이 길었네요. 공항버스를 타고 타이베이동역으로 떠납니다. 몇 번 버스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요... 1843? 그런 번호의 노선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미 시간은 저녁을 지나 깊은 밤을 향해 흘러가고 있네요. 잠깐 눈을 붙였다 뜨니 벌써 내릴 때입니다.


5. 타이베이에서의 첫 날 밤



이제 숙소를 향해 움직여야 할 때입니다. 타이베이동역에 내려 지하철로 환승했던 것 같아요. 



알아두면 어딘가에서 쓰일지도 모르는 이야깃거리(알어쓰) 2. 

  대만은 우리와 같은 한문 정자(번체자)를 사용합니다. 그렇기에 만약 어렸을 때 한자와 한문 공부를 좀 했다면 중국이나 일본에 간다면 간체자와 신자체라는 새로운 한자 체계에 익숙해져야 하지만 대만에서는 간단한 간판이나 표지판 정도는 처음부터 무슨 뜻인지 대충 알 수 있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만에 처음 가자마자 모든 글을 단박에 해독할 수는 없습니다. 같은 개념을 두고도 그것을 표현하는 말이 다르기 때문이죠. 처음 공항에 내리자마자 바로 실감했습니다. 

  우리는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곳을 공항(空港: 하늘空의 항구港)이라고 부르지만 대만 사람에게 이 단어를 보여준다면 높은 확률로 고개를 갸우뚱 할 것입니다. 대만에서는 기장(機場: 비행기機가 있는 곳場)이라는 단어를 씁니다.(중국도 같습니다. 다만 간체자로 机场이라고 쓸 뿐.) 오늘 제가 내린 공항의 이름을 한국어식으로 읽으면 대만도원국제기장(臺灣桃園國濟機場)입니다. 만약 대만 사람이 우리에게 機場이라는 단어를 보여줬을 때 우리는 이 단어에서 '공항'이라는 개념을 연상할 수 있을까요? 중국어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다면 절대 못 할 겁니다. 

  예를 하나 더 들겠습니다. 우리는 전철이나 버스 등 육상 교통수단이 승, 하차를 위해 정차하는 곳을 역(驛)이라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대만에서는 참(站)이라고 표현합니다. 위의 사진에서 타이베이동역이 태북동참(台北東站)이라고 쓰여 있던 걸 보셨나요? 

  이렇듯 같은 개념을 표현하는 단어가 다르기 때문에 제가 어렸을 때부터 한국에서 쌓은 한자 내공은 별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털썩.



대만의 지하철 역에서 승차권을 구매하고 나서 한국에서처럼 1회용 IC교통카드나 구형 MS승차권을 기대했던 저는 튀어나온 물건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단정표單程票: 일회용 승차권이라는 뜻입니다.)


그렇습니다. 웬 플라스틱 코인이 튀어나온 것입니다. 


이런 형태의 승차권은 태어나서 본 적이 없었기에 적잖이 당황했지만, 경험자 동생이 사용법을 알려줍니다.


탈 때는 교통카드처럼 찍고, 내릴 때에는 자판기처럼 동전구멍에 넣으면 됩니다.


(그렇지만 역시 교통카드 사는 게 제일 편합니다. 교통카드 이야기는 다음에 하겠습니다.)


타이베이 중앙역에서 출발하여 숙소는 시먼(西門, Ximen) 역입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숙소에서 길 하나 건너면 타이베이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인 시먼딩(西門町, Ximending)이더군요. 생각보다 위치 조건이 괜찮았습니다.


체크인 하고 들어오니 이미 늦은 밤입니다. 저녁 식사를 어떻게 했었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아마 숙소 건물 1층에 있던 편의점을 털었던 것 같은데, 자세한 건 동생에게 물어봐야겠네요.




나오며. 


그렇게 타이베이에서의 첫 날은 이동시간으로 꽈악 채워진 일정이었지만, 새로운 풍경을 보고 새로운 거리를 걷고 새로운 언어를 들었던 것만으로도 충분한 날이었습니다. 사실 그게 제가 여행을 다니는 목적이기도 하고요. 


새로운 풍경과 새로운 거리를 걷고 있자면 그 동안 한국에서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생각과 감정으로 채워지는 걸 느낍니다. 


새로운 걸 알게 되는 것도 좋고, 그 동안 말과 글로만 보고 듣던 것을 두 눈으로 직접 보는 것도 짜릿합니다. 


그렇기에 다들 여행을 계속하는가 봅니다.


다음 편에서 뵙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마르셀이었습니다.


Posted by Marcel IN

Posted by Marcel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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